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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근황과 이런저런 고찰들

· 약 7분
Park YoungHo
재밌게 살고 싶은 인간, 즐겁게 개발하고 싶은 개발자.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시장이 어려워지며 너나 할 거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자연스레 타 기업에 복지로 제공되는 우리 회사의 B2B 서비스 또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

회사에서는 올해 말에 출시할 B2C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여야해서 그에 따라 B2B 서비스엔 최소한의 리소스를 투자하여 PMF를 찾는 검증이나 실험을 할 예정이다.

회사에서는 3개월 단위로 랠리를 진행하기로 했고 나는 B2B 랠리의 일원으로 B2B 프로덕트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반적 구성과는 다르게 팀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개발자를 제외하고 세일즈, 브랜드 디자인, CX가 주 업무인 분들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세일즈, 디자인, CX가 아닌 B2B 프로덕트의 고객 분석 및 기획이다. 좀 길게 말하자면 고객들이 느끼는 것과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의 괴리감을 줄이고 접점을 찾아 프로덕트에 녹여낼 기획을 만드는 일. 함께하는 동료들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능숙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음식을 씹는게 인간이고 시각이 없다면 청각이 발달하는 것이 인간이다.

찬밥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도 하고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서 단결된 조직이니 결국 어떻게든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아가야한다.

변곡점

이러니저러니 해도 개발자가 하는 개발은 빠르게 대체하기 쉽지 않다보니 나는 본업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짧은 커리어 중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기획이나 UX 제안 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과거를 비춰봤을 때 대부분 내 곁에는 디자이너와 PM 또는 PO가 함께 있었다. 기능의 기획, UI/UX 메이킹부터 스프린트의 진행과 일정 관리 등을 리딩하는 사람들은 다 따로 있었고 나는 상대적으로 그런 것들에 신경을 덜 써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의 일정을 산정해서 공유하고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협의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개발을 잘 해내면 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함께 하시는 분들이 본업이 아닌만큼 서툰 면들이 있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IT 프로덕트와 거리가 가깝지는 않다고 느껴서 서비스의 최전면을 줄곧 만들어온 내가 좀 더 입을 많이 열고 있다. 모두가 각자의 기획안이 있고 이렇게 나아가면 좋겠다, 이런 게 필요한 거 같다라는 의견은 있지만 그게 개발로 구현이 가능한지 견적을 잘 못내기도 하고 적절한 용어나 기능의 이용사례, UX 등을 찾는 것을 어려워하셔서 내가 가진 경험과 인사이트를 최대한 미팅에서 빠르게 전달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의 크기가 작을수록 사람 한명한명의 인력이 소중하기도 하고 각자가 이 때까지 하던 것만 딱딱 해서는 나아갈 수 없음을 느낀다. 나 또한 개발만 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함을 때고 좀 더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는 변곡점에 위치해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매니징

관리란 일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관리가 안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런 면에서 B2B 랠리가 아주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볼 순 없다.

일단 전반적인 일정을 쪼개고 타임라인 잡는 것부터 쉽지 않으며 각 개인의 리소스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어떤 것들이 허들이나 인터럽트가 되어 일의 진행을 방해하는지 이런 것들이 면밀히 관리되지 않아서 내가 하는 일이 아니면 각자의 일의 진척도를 잘 느낄 수가 없었다. 하나의 팀인데 각자도생하는 그런 느낌.

그 어느 때보다도 셀프 매니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주의 시작점에서 각자의 이번 주 업무를 리스트업하여 어떤 일들이 큐에 올라와있으며 무엇 때문에 리소스가 부족한지 아니면 무엇 때문에 리소스 확보가 필요한지 이런 것들의 공유가 필요하다. 팀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각자의 매니징에 능숙해질 때서야 비로소 그 조직은 PM이 필요해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프로덕트 엔지니어와 특이점

링크드인에서 요즘 프로덕트 엔지니어라는 단어를 많이들 쓰더라.

기존의 엔지니어는 어떠한 언어, 특정 기술 등을 바탕으로 하여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한다는 것에 가까웠다. 프론트엔드는 Typescript와 React 그리고 React에 기반한 라이브러리 등을 활용하여 웹/앱 서비스를 만든다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뭐 백엔드는 Java와 Spring을 기반으로 하여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한다 정도겠지.

그러나 업무를 도와주는 AI 툴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그것들을 잘 사용함에 따라 프론트엔드, 백엔드를 나누던 경계가 허물어지고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잘 이용한다면 특정 기술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엔지니어를 채용할 수 있다. 코드의 퀄리티나 안정성 등은 이제 점점 더 AI로 대체하기 쉬워지고 있으니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과 해결하고자 하는 것들,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공감하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엔지니어를 뽑는 것이 시대를 반영한 채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개발자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더 AI 툴을 잘 활용하여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문제를 풀어나가고 좀 더 비즈니스 성과를 잘 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나 또한 Cursor를 이용하고 있는데 Claude 3.7 sonet-thinking 모델은 정말 대단하더라. 한 5년 이내에 특이점이 오지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젠 어떤 일을 하는 엔지니어든지 프롬프트를 잘 다룰 줄 알아야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인간의 감성을 건드려서 비즈니스를 성공의 길로 이끌 것인가를 고민할 줄 알아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뭐 치킨집 차리는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