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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회고

· 약 8분
Park YoungHo
재밌게 살고 싶은 인간, 즐겁게 개발하고 싶은 개발자.

2022년은 어찌 흘러갔는가? 키워드로 알아보는 2022년.

정신없이 보낸 2022년이 끝났다.

올해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대학교 선배가 예전에 작성한 회고가 생각나서 그것을 카피참고하여 작성해봤다.

올해의 XXX 시리즈

Culture

올해의 영화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올해의 도서 : 검은 감정

올해의 드라마 : 수리남

올해의 노래 : 호피폴라의 너의 바다

올해의 게임 : 구스구스덕

올해의 여행 : 제주도 4박5일 도보 여행

올해의 밈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올해의 기적 : DRX의 롤드컵 우승

올해의 스포츠인 : 메시

올해의 아이돌 : 뉴진스

Engineer

올해의 프로젝트 : 작가 웹(앱) 2.0

올해의 역경 : 작가 웹(앱) 2.0 메시지 도메인, 작가 웹(앱) 2.0 글로벌 작품 관리 서비스 (...ing)

올해의 언어 : Typescript

올해의 메신저 : Discord

올해의 SNS : Instagram

올해의 플랫폼 : 번개장터

올해의 명령어 : git revert

Life

올해의 첫 경험 : 야구장

올해의 음식 : 진작 다이닝의 후토마키

올해의 술 : 로얄 샬루트

올해의 요리 : 소세지 야채볶음

올해의 충동 구매 : 로디드 방그라 롱보드

올해의 소비 : 인스탁스 미니에보

올해의 스터디 : 히카맹과 함께하는 웹개발자를 위한 자바스크립트의 모든 것 책 스터디 (...ing)

올해의 가성비 : 먼데이하우스 May 아쿠아텍스 2인 소파 링크

올해의 목표 달성 : 이사

올해의 신문물 : 디지털 사이드미러

올해의 감동 : 메시의 월드컵 우승

올해의 허망 :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

20대의 끝, 30대의 시작

러프하게 따지자면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식 나이로 32세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식 나이가 폐지됨에 따라 2022년은 생일 이전에는 29세, 생일 이후로는 30세, 즉 나의 20대의 종말을 맞이하고 30대를 시작하는 해였다. 내년부터는 아마 본격적으로 30대가 시작된다고 인지하고 삶을 살아갈 것 같다.

그 어느 젊은이가 그러하듯 나 역시 마찬가지로 수 많은 계획과 그럴싸한 목표를 설정했지만 성공이란 단어로 장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고 좀 더 부지런히 살걸 그랬나? 계획과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해야할까? 등의 고민과 번뇌에 빠졌던 한 해였다.

20대의 나는 그리 계획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해야할 것도 많지만 능력은 쥐뿔도 없고 그냥 내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사람.

내 심장이 뛰고 마음이 원하는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분명 잘한 일이지만 좀 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살아갈 필요성은 충분하고 그것을 20대에 많이 느끼고 30대를 시작한다.

40대가 되기 전까지 앞으로의 10년 간의 큰 흐름의 목표를 설정하여 나의 방향을 정할 시기가 온 것이다.

즐거움

올해는 유독 일을 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다.

특히 연초에는 작가 웹/앱 2.0의 메시지 도메인 작업이 나를 넉다운 시켰고 연말에는 글로벌 서비스 런칭 때문에 개발 중인 작품 관리 기능이 고구마를 백 개 먹은듯한 답답함을 주었다. 그것들로 겪는 문제의 원인은 상이하다는 것이 나름 다행인 점이고 나는 그 두 번의 역경에서 내게 부족한 점을 많이 배웠다.

우선 메시지 도메인 같은 경우 레거시 DB 기반으로 작성된 경직된 api, 리소스의 부족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방식으로 메시지 기능을 개발할 수 없었고 폴링(위키백과) 방식으로 메시지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폴링 방식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했던 나는 시니어 팀원이 리딩을 해줬음해도 여러번 삽질을 했고 그것이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져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으로 홍역을 치룬 적이 있다. 지금도 그 기능을 능수능란하게 개발할 수 있다곤 말할 수 없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해서 나이스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을거란 자신은 있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모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분명 문제다.

연말에 진행한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글로벌 작품 관리는 촉박한 일정임에도 자주 변경되는 기획안과 디자인 등으로 개발/배포 일정이 지속적으로 딜레이 됐다. 스프린트 회고에서 불만을 털어놓으며 문제점들을 찾아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면밀하고 자세하게 기능과 UX의 스펙을 리뷰하는 것 뿐이었다.

내가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고 업무의 범위를 좁히거나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유도할 수 있는 권리과 힘은 있다. (프로젝트의 일원로서 그런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일정이 딜레이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도 개발 시작 전에 좀 더 스펙의 기능들을 재고하고 검토하여 리소스를 아낄 수는 있었다.

일에 있어서 시간이란 굉장히 중요하면서 모두에게 공평한 리소스다. 그것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일을 잘한다는 것의 하나의 척도이며 나 뿐 아니라 구성원의 전체적인 리소스도 줄일 수 있는 광역 스킬이다.

상기한 문제들을 겪으면서 개발이 즐겁지 않았다. 계획한대로 딱딱 잘 되면 참 좋겠으나 인간의 삶이란 그렇지 못하고 내가 하는 일 또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올해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하는 일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태도를 함양하는 것에 첫 번째 목표를 두고 있다.

노동의 종말

올해 경기가 많이 어려워졌다. 내가 경제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가 어려워진 것을 차트의 수치로도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고 국내 스타트업 씬도 당연히 거기서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회사도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차가 없기 때문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기름 값이 크게 올랐고 달러도 굉장히 많이 올랐다. 어느 순간부터는 엔저 현상이 생기더니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회 삼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루나 코인이 폭락하고 FTX는 망했다. 일련의 경제적 흐름을 보면서 화폐라고 할 수 있는 그 어느 것의 가치도 쉬이 믿을 수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경제활동을 하며 벌어들이는 돈이 내게 그만큼의 확실한 가치를 가져다줄 수 없다면 나는 최대한 일을 적게 하고 싶다. 최대한 적게 일하고 최대한 많이 벌고 싶다.

적게 일한다의 관점이 꼭 시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일의 강도도 포함될 수 있으며 그렇다고 쉬운 일만 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의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미이고 점진적으로 노동을 내 삶에서 fade out 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 앞으로 향후 몇 년 동안은 그럴 수 없겠지. 그치만 지금은 준비 기간이다. 버터플이 되기 위해서 캐터피는 단데기로 진화해야하고 그 상태에서 단단해지기 스킬만 쓸 수 있는 그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한다. 언젠가 버터플이 되어서 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조금씩 뛰겠다.

나 혼자 뛰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는 좋은 자극이 되어주는 지인들도 있고 동료들도 있다. 환경은 조성되었기 때문에 내가 노력하고 잘 해내는 것은 나의 선택과 책임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20대보다는 좀 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소망한다.